[이경국 칼럼 1] 이제 옥상옥 식 복지정책을 버려야 할 때
구슬 서말의 정책을 훌륭하게 꿸 수 있는 대중 인식 확장 필요
2019-05-07 입력 | 기사승인 : 2019-05-07
데스크 bokji@ibokji.com


<이경국 사회복지실천과교육연구소장> 


우리나라 복지시스템은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그물망 시스템이다.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정신건강, 건강가정,다문화,자활,지역사회,노숙인,미혼모, 가정폭력, 사례관리 등등등... 계층별, 분야별로 그 종류만 20가지가 넘는다.


클라이언트(Ct-서비스대상, 당사자라고 함)를 공(Ball) 이라 비유해보자. 그리고 사회안전망을 커다란 자루라고 비유해보자. 이 공을 자루에 넣게 되면 공이 자루 밑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 체계상으로 공이 밑으로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시스템 상으로 촘촘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달리 자루 밑으로 공이 쏟아져 내린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사회안전망 시스템이 옥상옥(집 위에 똑같은 집을 짓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예를 들어보자


15년전 경기도에 WE-START 라는 사업이 생겼다. Welfare + Education의 앞 글자를 따서 WE 라고 하고 미국의 Head Start 와 영국의 Sure Start에서 가져온 모든 아동이 동일선상에서의 성장의 시작(속담으로 말하면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이라는 Start 사상을 그대로 가져 온 것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한 동네에 3억 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해 가성비 높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었고 성과와 반응, 효과도 매우 높았다.


이 경기도 사업이 활성화되어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 Excel Start 사업으로, 보건복지부에서 Dream start사업으로 전국에 보급되었다. 이 사업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아동사례관리 사업이었다.


이후 후임 경기도 지사 3년차 그러니까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도지사는 빈곤사각지대 사례관리 시스템인 '무한돌봄'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친다. 당시 상당액의 복지재원을 투입해 경기도 30개 지방자치단체(수원시는 매우 늦게 참여)에서 시행되었고 지역권역별로 나누어 사회복지사 1명에서 5명 규모의 네트워크팀을 복수로 설치, 지역 내 복지사각지대 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했다.


이 사업 또한 당시 경기도지사의 의지가 매우 강했고 각 지방자치단체도 의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그 결과와 성과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주류를 이루었다.


 '무한돌봄'과 비슷한 사업이 서울에도 있었다. 바로 '희망온돌' 정책이었고 이 두 정책의 기본방향은 '사각지대 사례관리'였다. 하지만 이 시책이 진행되던 중 송파 세 모녀, 부천 세 자매 사례와 같은 사각지대 문제가 불거졌고  보건복지부는 '무한돌봄'시스템과 유사한 '희망복지지원단' 정책을 만들어 전국에 일괄 시행토록 하였다.


WE-Start, DREAM Start, 무한돌봄, 희망온돌, 희망복지지원단은 모두 이름만 다를 뿐 유사한 시스템이다.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정책은 제목의 성찬을 거듭한다. 아마 제목으로 본 복지시스템은 거의 어벤져스급 이라 본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읍면동 허브화 라는 관 주도 형태의 복지네트워크 정책을 실시하고 주민자치센터를 행정복지센터로 개명하는 등의 복지시스템 강화를 진행한다.


이 사이에도 서울특별시에서는 '찾동', 부산광역시에서는 부산형기초생활보장 '다복동' 등 다양하지만 대동소이한 사회안전망 시스템을 시행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커뮤니티케어' 라는 기존의 '읍면동허브화' + '지역복지공동체' 사업과 이름만 다를뿐   내용은 비슷한 사업을 시행하기에 이른다. 지금 이글을 쓰는 필자조차 정리가 안 될 정도 이다.


이 정도의 정책적 관심과 사회안전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음에도 연일 일가족 자살 사건과  송파 세 모녀, 부천 세 자매, 증평 두 모녀, 구미 두 부자, 광주 두 모녀.....그리고 며칠전 어린이날 시흥 네 가족 자살 사건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사각지대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이를 사회안전망의 부재로 보는 것은 어패가 있다. 부재 가 아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정책이 많다고 해서 안정적인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정책을 이해해야 하고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참여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이러한 좋은 정책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정보가 고루 퍼져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복지정책, 그리고 재원만으로도 충분히 지금 일어나는 사회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자꾸 장미빛 유사 정책 제도의 옥상옥식 남발은 중복수혜 및 복지정책 인식을 방해하여 더 큰 사회적 문제로의 자양분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이 구슬 서말의 정책을 훌륭하게 꿸 수 있는 대중 인식의 확장이다.



데스크 bokji@ibokji.com

프린트 메일보내기

기사에 대한 댓글

  이름 비밀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