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 칼럼] 제발 부탁하거니와 ‘한 가지라도 잘 해라...!’
2019-05-13 입력 | 기사승인 : 2019-05-13
데스크 bokji@ibokji.com


<최주환 대전시사회복지협의회장> 


요즘 사회복지계 인사들을 만나면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이나 시설장들은 앞으로 전개될 사회복지현장의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이니,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이니 하면서 사회복지전달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일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정작 그 일들의 당사자이거나 사업수행의 핵심인력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잘 해보자고 하는 일들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굳이 토를 달고 싶지 않다. 그런데 정말 잘해보려고 한다면 당사자들이 환호까지는 아니어도 납득과 수긍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도대체 자기들끼리만 바쁘고 의미를 부여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면 꼭 군부독재시절의 정책추진방식을 보는 것 같아서 천불이 솟구치는 것을 금할 수가 없다.

 
일에는 앞뒤가 있는 법이고 우선순위가 있는 법인데 뒤죽박죽에 조급함까지 겹쳐 있어서 믿음은 고사하고 의문과 불신만 키우고 있다. 사실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또 문 대통령의 임기동안에 뭔가 혁신적인 성과를 내보려는 몇몇 교수님들의 의지까지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권력을 잡고 있는 동안에 후세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기려는 것이야 의당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조심하고, 많이 듣고, 기초를 든든하게 하기 위한 사전작업들이 촘촘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게다가 요즘은 사회복지시설의 사업자등록을 법인이사장 명의로 바꾸고, 통장 명의도 이사장 명의로 다 바꿔야 한다고 호들갑이다. 법리적으로는 맞을지 모르지만 실무적으로는 엄청난 행정비용의 낭비와 노동력의 낭비에다가 재정사고의 위험이 오히려 커질 수 있는 개연성이 불 보듯이 뻔한 일인데 어쩌자고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법리와 법 현실을 곡해해서 생긴 맹랑한 일이다.

 
잘 생각해 보면, 지금 언급되고 있는 일들은 모두 하나로 엮어서 단계적으로 추진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뭐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늘어놓고 나니까 오히려 더 복잡해진 것이다. 장난감 가게 앞에서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어서 칭얼대는 어린애처럼 정책을 추진하면 안 된다.


정책이란 것은 돈과 인력과 체계를 온전히 정비한 다음에 추진해도 말이 많다.

 
제발 부탁하거니와 ‘한 가지라도 잘 해라...!’



데스크 bokji@ibok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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