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국 컬럼 19]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2020-01-09 입력 | 기사승인 : 2020-01-09
데스크 bokji@ibokji.com


<사회복지실천과교육연구소 이경국 소장>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사회적 안전망을 실적의 관점에서 보면 안 된다. 최근 1년 사이에 고독사를 제외하고도 일가족 자살사건 중 방송과 언론에 보도된 것만 20여건에 70명이 넘는다. 고독사까지 합치면 통계를 내는 것도 안타깝다. 지역도 전국적으로 다양하다.


2013년 송파 세 모녀, 부천 세 자매 일가족 자살 사건을 기점으로 빈곤 사각지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이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예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안전망은 세계 어느 국가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촘촘하다. 아동부터 노인까지 계층, 유형별로 민간 사회복지기관이 지자체마다 20종 이상이 활동하고 있고 국민기초생활보장, 희망복지지원단, 드림스타트 등의 사회복지공공체계 역시 두텁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사회복지 정책도 제법 있다.


Ct를 동그란 공에 비유하고 우리나라 사회보장체계를 바구니에 비유한다면 공이 바구니를 뚫고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하루 일주일 한 달이 멀다하고 사각지대 문제가 계속되는 것일까? 그 원인은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위기대응 방식이 '사후약방문'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10년 동안 사례관리 시스템의 정착을 외치고 있지만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형국이다. 대안은 많으나 합의가 되지 않고 공공체계의 문제해결 방식은 촘촘한 그물망 방식의 수요자중심 서비스가 아닌 매뉴얼의 기준적용과 당사자 신청주의를 고수하는 공급자 중심형태여서 사회적 안전망이 송송 뚫리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회적 안전망(전달체계)이 잘 갖추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수요자인 국민 개개인의 사회보장 서비스 전달체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한 활용이 불가능한 현실 때문이다.


인간, 사회문제의 유형은 오만가지다. 다시 말해 다양하다는 것이다. 물론 오만가지의 욕구를 모두 해결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일가족 자살, 고독사, 방임사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일단 문제가 일어난 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대응하는 사각지대 계층 전수조사 및 어려운 이웃을 찾아 알려달라는 전근대적 방식은 효과가 없다.


거창한 외래어 일색의 정책명과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 행정복지센터로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덩달아 바뀌는 기초행정기관명이 사회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라 볼 수 없다.


사각지대 문제에 대한 대응은 보여주기 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좋은 사례 찾겠다고 스토리를 끌어내서도 안된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 장교 송강호가 남한 병사 이병헌에게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봐 동무! 총을 쏠 때 총을 빨리 뽑는다는 건 중요하지 않아, 단지 중요한건 얼마나 그 순간에 침착하게 정확하게 쏠 수 있냐는 거지..."


얼마나 많은 대상을 찾아내는가도 중요하겠지만 그들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도울 것인가도 중요하다. 수백명을 찾아낸들 서비스가 기준에 의해 제공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고 찾아내지 못해 개입하지 못한 그 사각지대 대상의 문제가 계속 발생하게 되면 이 또한 그간의 노력을 희석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필자는 이 문제들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보여주기 식 옥상 옥 정책과  비현실적 사회보장 기준의 설정, 성과가 아닌 실적 위주의 서비스 체계 때문이라 본다.


관 주도 위주의 서비스 체계와 주민의 복지체감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정책남발 위주의 대안보다 지역사회주민과 밀착된 민 주도의 복지기관 중심 분배정책이 훨씬 효과적이라 본다.


새로운 정책이나 기관을 만들어 내고 예산을 쏟는 방식을 지양하고 현재의 240여개 시군구 에 소재해 있는 지역복지기관 등의 기능과 역할에 맞게 예산지원을 강화하고 각 사회복지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여 지역주민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을 때 지금의 사각지대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새해벽두부터 연일 도돌이표처럼 사각지대 문제가 터지는 것을 보며 사회복지사의 한사람으로서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한다.



데스크 bokji@ibok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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