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첫 청각장애인 점장 “안 되는게 아닌 조금 다를 뿐”
2018-07-23 입력 | 기사승인 : 2018-07-23
데스크 bokji@ibokji.com

지난 4월 스타벅스 송파아이파크점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스타벅스 최초의 청각장애인 점장으로 근무하는 권순미(38) 씨가 2018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장애인 근로자 유공자로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끝없는 손님의 주문을 정해진 시간 안에 소화하려면 빠르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한 업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점장까지 오른 청각장애인이 있다는 이야기는 많은 화제를 낳았다.


<주문 받은 커피를 만들고 있는 권순미 점장 ⓒC영상미디어> 


7월 초 오전에 찾은 스타벅스 송파아이파크점은 이른 아침이라도 주문이 계속됐다. 권 점장은 보청기를 활용해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2급 중증 청각장애인으로 입모양을 읽는 구화로 대화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주문을 받고 커피 만드는 일은 고객이 장애인이라고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처리하고 있었다.


2011년 스타벅스 장애인 공채 1기로 입사해 올해 점장으로 승진할 때까지 ‘안녕하세요’라는 기본적인 표현부터 시작해 매일 목소리를 내며 발성과 발음 연습을 하는 등 스스로 노력한 결과다. 커피전문점에 입사한 것은 “커피를 좋아해 바리스타 일을 해보고 싶다”는 평소의 희망 때문이었다. 이런 꿈을 갖고 있던 차에 스타벅스가 업계 최초로 장애인 바리스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것이다.
 

커피는 권 점장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듯하다. 그는 “커피는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된다”며 “입사 후에는 커피를 매개로 고객들과 많은 교감을 나눌 수 있어 더욱 좋아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에게 커피는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물론 소통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청각장애는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 고객이 불렀을 때 못 알아들을 때가 있었어요. 간혹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고객들도 있었죠.”


사실 외모만 보고는 장애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가슴에 달린 ‘청각장애 바리스타’라는 표찰을 보고서야 이해가 됐다. 그렇다 보니 “고객의 목소리, 억양, 톤이 너무 다양해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았다”고 말하는 그의 어려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제가 청각장애인이어서 주문을 못 알아들었을 때는 ‘다시 말씀해주세요’ 하고 부탁드려요. 그렇게 솔직히 말씀드리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갔어요.”


특히 어려운 주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구화로 고객과 소통하는데, 주문 받을 때 고객의 숏(short)과 톨(tall) 사이즈의 입모양이 비슷해 헷갈린다”고 답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주문을 받고 컵을 손님에게 보여주면서 재차 확인해서 오류가 없도록 하고 있다.


사실 모든 것이 힘들었다. “스타벅스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업무 하나하나가 다 어려웠다”는 권 점장은 “매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객에게 인사를 하고 주문을 받는 것부터 시작해 낯선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스타벅스 점장에 오르는 과정은 꾸준한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다. 2015년 12월 부점장 승격 이후 2년 만에 점장 승격 평가에서 최종 합격했다. 최고의 바리스타가 되겠다는 의지로 2015년 2월 스타벅스 커피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인 커피마스터 자격을 취득했다.


커피마스터는 최소 6개월 이상 커피 원산지 지식, 원두 감별 테이스팅, 커피 추출기구 실습, 로스팅 교육 등의 종합적인 과정과 평가를 거쳐 선발된다. 자격을 취득하면 커피 전문가를 인증하는 검은색 앞치마를 입고 근무하게 된다.


국무총리 표창은 그에게도 의미가 있는 수상이었다. 그는 “2011년 입사 이후 어려움을 딛고 점장으로 승격한 점,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사내 커피 전문가 과정을 통해 자격을 취득해 사내 표창을 받은 것들이 수상 배경이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특히 “장애가 있어서 ‘안 된다’라고 하지 않고 ‘조금 다르다’며 배려해준 많은 파트너와 고객들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그는 이번 수상에 만족하지 않고 “장애를 넘어 최고의 바리스타가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힘내라’ 고객들 응원에 감동


조직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혼자만 잘해서는 안 된다. 스타벅스에서 점장은 매장의 책임자로 직원 교육 및 매장 운영의 전반적인 사항을 관리해야 한다. 권 점장은 2015년 5월부터 신입 바리스타 교육을 전담해왔다. 내부에서는 칭찬 파트너로 2회 선정돼 사내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것은 외국에서 저에 대한 기사를 보고 찾아오신 해외 동포의 이야기를 들을 때였어요. 그분은 자식이 장애가 있었는데, 한국처럼 장애인 차별이 심한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 것 같아 이민을 가셨대요. 직접 한국까지 와서 ‘너무 대견하고 기쁘다. 힘내라’고 응원하고 돌아가셨어요.”


이렇듯 큰 감동을 받고 응원하는 고객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주문 내용을 알아듣지 못해 다시 이야기해 줄 것을 부탁했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문을 받아달라고 할 때는 너무 슬펐다고 했다. 이렇듯 아픈 기억도 있지만, “대부분 따뜻하게 대해줘서 지금이 가능했다”고 권 점장은 덧붙였다.


우리 사회는 아직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다. 이를 극복할 방법을 묻자 그는 “일반적으로 장애인과 소통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럴 경우 편견이 있고 장애인을 대하는 데 어려움도 있지만 지내다 보면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같이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장애인을 편견이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장애가 있어도 똑같은 환경에서 충분한 능력을 발휘해 꿈을 펼칠 수 있다”고 했다.
  

스타벅스는 청각, 지적, 정신, 지체 등 총 266명의 장애인이 전국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증장애를 두 배로 치는 법적 장애인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468명이다. 이 경우 전체 임직원 대비 장애인 고용률은 3.6%다. 승진 기회도 있어 중간 관리자 직급 이상은 46명이 근무 중이다.


이렇듯 회사에서 책임을 가지고 꾸준히 장애인 근로자를 늘려왔기에 권 점장 같은 성공 사례가 가능했다. 향후 목표에 대해 그는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점장이 되겠다”며 “소리로 100% 소통은 이뤄지지 않아도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소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애인 고용의무제도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연대책임을 실천하는 장애인 고용의 기본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1991년부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사업주에게 일정 비율의 장애인 고용을 할당하는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를 채택해 운영하고 있다.


 



이정현│위클리 공감 기자


<이 글은 ‘위클리 공감’에 게재된 내용으로 공공누리에 의거 공유함>
 



데스크 bokji@ibok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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