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옥] 한평 남짓 내 거처
2019-05-17 입력 | 기사승인 : 2019-05-17

한평 남짓 내 거처


내 후일에 한평 남짓한 거처를 정하면

노을진 언덕배기 거쳐를 나와 하늘과 바다를 거닐고

바람과 구름도 사귀며

만찬창이 구석진 자리라도 한자리 차지하고 나누리라.

잘 빗은 막걸리 한 사발과 그 향에 넉넉히 젖으리라.


봄이면 내 초가에 꿈틀되는 새싹으로 생명을 불어넣고

이어 내 거처 뜰에 무성한 녹음을 깔아주고

옥수로 해감한 옥광목 이불처럼

그리도 하얀 눈으로 내 초가를 덮어준

마냥 은혜로운 님께 감사드리며

세세마다 여유로움에 가득한 한평 남짓 그 움막을

아흔아홉칸 대갓집에 비할까?


내 여생 끝날을 미리 꿈꾸는 그 소망이야말로

이 가슴에 뭉게구름 타고 어디든 가는 듯하네.


그 산에 오르면 그 바다가 보인다.

늘 같은 듯 다른 그 산과 바다는 같이 울고 웃는다.

그 산에 나뭇잎들이 바람에 일렁이면 바다도 함께 일렁인다.

그 산 나뭇잎들 꽃들이 찬란히 빛날 때

바다도 은빛 물결로 화답하고 무수한 박수를 보낸다.

그 산에 오르면 서로 다른 듯 닮은 그 바다를 본다.

둘은 태어나서 예까지 그렇게 그렇게

같이 울고 웃으며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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