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국 칼럼 2] 사회복지에 대한 대중 인식 개선해야할 때
2019-05-13 입력 | 기사승인 : 2019-05-13
데스크 bokji@ibokji.com


<이경국 사회복지실천과교육연구소장> 


딸과 아들이 며칠 간격으로 나에게 문의해왔다. 아니 부탁이라고 해야 하나?


아들 : 아빠! 나 오늘 후원신청 했는데  한  에 2만원씩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것으로 ○○ 재단이라 하던데 아빠 알아?


나 : 응 알지? 그런데 어떤 돈으로 후원할거야?


아들 : 아빠 사회복지사자나 그러니까 아들이 좋은 일 한다고 하는 거니까 아빠가 일주일에 한 번씩 주는 용돈을 좀 더 주면 되지! 아니면 내가 용돈을 아껴 쓰던가.


나 :  근데 아들! 그 재단에서 후원금 어디에 쓴다하대?  설명은 잘해주었나?


아들 : 어려운 아이들 돕는다던데? 후원하면 어려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서... 좋은게  좋은거니까


나:  그렇구나...(이후대화생략)


대화상으로 보자면 그리 문제될 것 없다. 아들은 선한 마음으로 후원을 하겠다고 신청을 했을 것이고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다 하니 그 설명이 길고 짧음과 상관없이 설득이 된 것이다.


큰딸 역시 비슷한 사례의 이야기를 했다.


다만 대상이 노인이라는 것만 다를 뿐... 게다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재단이다.


길을 걷다보면 모금하는 단체를 자주 본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스티커 하나 붙여달라거나, 서명 한번만 해달라 한다. 그에 응하는 사이 이런저런 설명을 한다.


유명한 법인(재단)도 있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법인(재단)도 있다. 확실한건 모금하는 방식이 같다는 사실이다. 사회복지사인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썩 좋은 방식은 아닌듯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의로 응하지만 그 뒤에는 분명 실망할 경우가 더 많다.


후원 모집에 쉽게 설득되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그 후원결과의 모호함과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후원금 관련 비리 사건으로 인해 이후엔 이미지가 더 안좋아진다.


연합뉴스 2019년 5월 7일자 <불신으로 움츠러든 기부문화> 기사가 앞에서 쓴 필자의 글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국의 근현대 사회복지는 이제 환갑을 넘었다. 그런데 대중에게 인식되는 사회복지의 의미는 여전히 자선의 의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케이블 방송광고에서 '빈곤 포르노'라 불리는 클라이언트의 어려움을 여과 없이 보여주어 대중의 동정심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이름이 여전히 '사랑'  '희망' '꿈' '행복' 이 꼭 들어가야 하고 없어져야 하고, 사용하지 말아야 할 '불우이웃' '장애자(우)' 등의 잘못된 명칭이 아직도 쓰여진다는 것이 불편하기만 하다.


연말이면 연탄, 도배장판, 쌀 후원, 익명의 후원자 이야기 위주의 매체 보도 역시 ‘사회복지=자선’이라는 인식에 머무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협의적 사회복지의 의미의 일부에서는 자선의 요소도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고 위에서 이야기한 사례들이 결코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인정하지만 광의적 사회복지의 의미인 모든 사람들의 평등하고 인간다운 삶의 영위(welfare)를 위한 분배 의 의미가 더 많이 알려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이야기하고 싶다.


이러한 사회복지의 바람직하며 넓은 의미를 대중에게  인식하게 하는 일은 지금 이시대의 중요한 과제이다. 관주도, 정책주도이며 사후약방문 형태의 해결을 위한 개입중심의 제도적복지에서 벗어나 민간주도가 보장되고, 탈직접서비스, 공동체주의(조직)를 지향하여 사회적 문제에 대한 예방중심의 복지가 펼쳐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전 칼럼에서 이야기했듯 사회보장시스템이 그물망 형식의 촘촘함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정책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복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자선에 머물러 있고 인식보다 제도가 앞섬으로 인해 그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제도의 적용을 하는데 있어 규제에 대한 관점의 적용이 통일되지 못하고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효과적 개입이 가능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중의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의 확장 개선이라고 본다. 이것이 선결되었을 때에야 선진적인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데스크 bokji@ibok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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