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지식을 어떻게 공유하고 활용할 것인가?
2018-07-04 입력 | 기사승인 : 201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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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우 교수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수년 전 잭 안드라카라는 평범한 15세 학생이 췌장암 진단도구를 발명해서 전 세계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일이 있다. 그는 췌장암의 존재를 나타내는 단백질의 증가에 주목하고 이를 진단하는 저렴한 도구를 개발했다.


이웃 아저씨가 췌장암으로 사망한 일이 계기가 되었다. 또 17세의 아부(Abu)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도 최근에 유방암을 진단하는 방식을 수업과제로 개발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석유굴착 작업자인 드웨인 콜린스 씨는 그의 딸이 출생한 후 소안구증이라는 희귀질환을 가진 점을 알게 되었고 의안이 필요했는데 문제는 누구도 딸이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의안을 만들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의안은 미용 목적 뿐 아니라 얼굴 골격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 꼭 필요했다. 콜린스 씨는 직접 딸을 위해 정교한 의안을 개발해 내었다. 그리고 개발과정 및 정보를 모두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들은 전공지식도 없이 어떻게 이런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그들이 갖고 있던 도구를 딱 한 가지 뿐이다. 바로 지식검색이 가능한 인터넷이다.


미래에 쓸모없는 자격(?) 중에 하나가 박사학위가 아닐까 한다. 일반적으로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보유한 사람 혹은 연구할 수 있는 사람을 박사라 칭한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얼마나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또한 지식을 습득하는 기술도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혹시라도 아직까지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공부해온 학습방식, 즉 중요한 것을 찾아 밑줄치고 외우는 바로 그 방식으로 무언가를 공부하고 있다면 당신의 학습전략은 분명 잘못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식을 만들고 보유하는 일은 이미 인공지능이 우리를 위해 하고 있는 일이다. 당장 IBM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이야기를 찾아 읽어보라.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들이 하지 못하는 진단과 치료책을 내놓고 있다.


왓슨은 이미 한국어 공부를 끝냈고 국내의 7개 종합병원에서 도입했다. 미래에는 극소수의 의사만 필요하고 대부분의 의대는 없어질 것이다.


과거에는 한 분야의 지식을 독점하는 것이 가능했고 지식을 독점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많은 보상이 주어졌지만 이제 배타적인 지식의 독점은 오히려 폐쇄성을 낳고 오히려 새로운 지식의 유입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개인과 조직은 지식을 공유하는 개방체계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중요한 역량은 지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지식을 어떻게 사용하는데 있다. 이러한 흐름은 대학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이미 많은 대학들이 앞 다투어 교수가 강의를 하지 않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 PBL)을 실시하고 있다.


그 유명한 미네르바 대학은 만들어진지 몇 년 되지도 않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각광 받는 혁신대학이 되었다. 그 대학의 모든 수업은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이제 교수가 교재에서 중요한 것을 읽어주거나 설명하는 교수법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예를 들어, 필자는 ‘자원개발과 모금’이란 수업을 하고 있는데 이 수업에서 한 학기 통틀어 교수는 강의를 딱 30분만 한다. 나머지는 학생들이 교실에서는 모금사례를 발표, 분석하고, 실제 현장에 나가 모금 프로젝트를 수행해서 지역사회 사회복지기관에 모금액을 전달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인터넷을 통해 해외의 성공적인 모금사례를 분석하고 성공요인을 찾아내어 자신의 모금 프로젝트에 반영한다.


또 사회복지자료분석론(기초통계)이란 수업도 하는데, 이 수업에서는 아예 현장의 여러 사회복지기관들로부터 지역욕구조사나 고객만족도조사 프로젝트를 의뢰받아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스스로 통계분석을 하고 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 교수는 딱 1개월만 통계의 기초만 알려줄 뿐이고 나머지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실제 학생들이 제출하는 통계보고서는 현장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스스로 학습하고 활용하는 지식공유 및 활용 환경과 문화가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왜 지식을 공유해야 하는가? 첫째, 지식의 배타적인 소유가 더 이상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어디서든 지식을 확보할 수 있다. 당장 TED를 통해 예전이라면 값비싼 강의료를 지불하고 들어야했던 고급 지식과 경험담을 공짜로 들을 수 있고, 이미 세계적인 대학은 앞 다투어 오픈강좌를 통해 고급 지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둘째, 융합과 협업의 가치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혼자서만 보유하고 있는 지식만으로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내놓고 합쳐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생성하는 사람들이 미래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셋째, 결국 지식보다는 창의와 생성의 가치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텍스트로만 존재하는 지식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복지조직은 이러한 변화에 느리게 대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 등의 영리조직과 달리 사회복지조직·공공기관·NGO 등의 비영리조직은 환경 변화에 느리게 반응한다. 왜냐하면 비영리조직은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혁신을 이루는 것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면서 모든 사회복지조직들이 불가피하게 지식을 어떻게 학습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혁신적인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이왕이면 뒤늦게 쫒아가기 보다는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사회복지조직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할 것은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지식을 공유하는 것은 1.융복합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며, 2.지식을 활용해서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의 여러 사회복지 관련 재단들이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 두 가지 이유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첫째, ‘사회복지’ 관련 지식만 모으고 있다. 둘째, 지식을 단지 검색하는 자료실 기능만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글로컬 범주의 지식공유 플랫폼 구축

글로컬 범주라는 것은 전지구적인 지식이 모이되 그 적용은 로컬(예: 부산)에 초점을 두고 활용될 수 있는 범주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경영, 복지, 디자인에 관한 글로벌 지식을 융합하여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복지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함께 다양한 분야(컴퓨터, 문화, 예술, 보건 등)의 글로벌 지식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2. 실패가 허용되는 비빔밥 놀이터 만들기

 지식을 융합하고 활용해서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는 기회를 제공하는 장을 제공해야 한다. 생산물을 내놓고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의 활동을 허하라. 놀이터에서 실수했다고 우는 아이는 없다. 다양한 지식이 비빕밥처럼 융합될 수 있도록 유인하고 학문과 실무 세계의 다양한 전공자들이 어울릴 수 있는, 파티처럼 즐거운 장을 개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사와 미술전공자가 지역사회 자원지도를 그리고, 게임개발자를 불러와서 가족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가족게임을 개발하고, 어떻게 친구들과 함께 돈을 벌 수 있는지 성공한 지역상인과 함께 청소년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 내용은 부산복지개발원이 발행하는 '이슈리포트' 제30호(2018년 6월호)에 실린 내용으로 허락하에 공유합니다> 



데스크 bokji@ibok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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