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철 교수 특별기고] 코로나19 차분히 바라보기
2020-03-13 입력 | 기사승인 : 2020-03-13
데스크 bokji@ibokji.com


<정원철 신라대학교 교수 / 정신보건 전문가>


약국마다 길게 늘어진 줄, 불 꺼진 식당,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e)는 근래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온 국민이 바이러스 감염 공포에 떠는 분위기다. 근래의 역대급 사건임에 틀림이 없다.
 

바이러스 퇴치에는 방역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바로 ‘개개인의 자가 면역’이다. 자가면역은 심신의 건강을 전제로 한다. 65세 이상 기저질환자의 사망률이 높은 것도 이들이 면역체계가 약하기 때문이다. 잦은 손 씻기, 몸 따뜻하게 하기, 충분한 휴식과 수면, 영양보충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면역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 바로 심리적 안정이다. 심한 스트레스 후에 감기에 걸리는 경우가 잦다. 어느 보고서를 보면 암에 걸린 사람의 다수가 6개월 전에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한다. 최근 코로나19가 두어 달 기승을 부린 탓에 시민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양 또한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스트레스를 언급하는 언론은 그리 많지가 않다.
   

하루에 수십 번 손을 씻고, 마스크를 고쳐 쓰며, 누군가 재채기라도 하면 달갑잖은 시선을 보낸다. 말 걸기도 조심스럽고 옆에 사람이 붙는 것도 불편하다. 밥도 혼자 먹어야 하고 물건은 장갑을 끼고 주고 받는 실정이다. 적당한 긴장은 건강을 지키고 면역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 긴장은 적당한 선이어야 한다. 


요즘처럼 건강염려증이 만연한 때도 없을 듯하다. TV만 켜면 이곳 저곳에서 코로나 창궐 소식을 다는 통에 멀쩡한 사람도 노이로제가 올 판이다. 물론 언론이 이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염려가 지나치면 그 염려는 무용지물이 된다. 염려나 불안이 지나쳐 공포로 발전한다면 합리적인 대응이 어렵고 우왕좌왕하여 일을 그르치기 쉽다. 코로나19를 대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긍정적 사고가 필요하다. 멈추지 않는 비가 없듯이 이 또한 지나간다고 생각하자. 집 밖에 안 나간다라기 보다는 집에서 모처럼 가족과 함께 쉰다고 생각하면 좀 편하다. 마스크를 못 샀다고 화내기 보다는 더 급한 사람에게 양보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아진다. 혼자라서 외롭다 불평하기 보다는 차분하게 사색의 시간을 가진다면 자신과 만나는 귀한 시간을 얻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이번 코로나사태는 그 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깨닫게 해준다. 외출, 회식, 헬스장, 영화관, 지하철 등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이 얼마나 고맙고 귀한 지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코로나가 곧 사멸되면 다시금 ‘귀한 일상’을 선물로 받게 된다고 생각해 보자. 고난을 견디는 힘이 될 것이다.   


세 번째, 이번 사태로 인류공동체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된다. 개인주의가 만연하는 물질만능 사회에서 이번 코로나사태는 전 인류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도시를 넘어 국경을 넘어 타인의 감염이 곧 나의 안위와 직결된다는 인류공동체를 한껏 느끼는 요즘이다.


마지막으로, 인간, 나, 우리의 탐욕을 반성하는 시간으로 삼자. 최첨단 과학으로 무장하고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 된 인간이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앞에 무력해지는 경험은 인류의 탐욕과 오만을 성찰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듯 하다. 자연을 함부로 무절제하게 다룰 경우 언제라도 인류는 제2, 제3의 코로나와 만나 생존에 위협을 느껴야 할지 모른다.


진화론으로 따져보면 인류 역시 바이러스와 같은 단세포에서 출발하여 수십억 년에 걸쳐 지금의 복잡한 유기체로 진화였다. 인류로 진화하면서 수십억 년 전에는 물속에서, 그 후에는 땅속에서, 또 한 때는 공중을 날면서 살았을 것이다. 애초에는 바이러스 수준이었을 우리가  수십억 년 동안 온갖 시련과 위험의 순간을 넘기고 지금에 이른 셈이다. 


지금의 코로나도 그러한 시련의 하나일지 모른다. 멀리 보면 지금의 고난은 인류가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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