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도 배우고, 재능활동으로 기부도 하고 1석 3조죠"
2019-03-15 입력 | 기사승인 : 2019-03-15
데스크 bokji@ibokji.com


<동명공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쌀을 전달하고 있다> 


“기술도 배우고, 배운 기술로 재능기부도 하고, 사회공헌에 참여하고... 1석3조지요. 하하하~”


동명공업고등학교(교장 변정기, 이하 동명공고) 변정기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김남호 선생님, 4명의 학생 등 관계자들이 3월 15일 오전 기부할 쌀을 가지고 용호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김남호 선생님과 동명공고 학생들이 쌀을 가지고 용호복지관을 찾은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거의 매월 복지관을 찾아 쌀을 전달한다. 지난 2018년부터 약 1년 간 복지관에 전달한 쌀이 어느새 1톤이 넘는다. 이 쌀은 점심을 해결하지 못하는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에 사용 된다.


기부된 쌀의 사연을 들어 보자. 이 쌀 기부를 이끄는 김남호 선생님은 지난 2017년 SK스피드메이트 카센터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다 동명공고에 임용되어 교편을 잡게 되었다.


김남호 선생님의 말이다. “학교에 왔을 때는 기계과에 자동차 파트가 없어서 기계가공조립을 가르쳤는데, 당시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서 기계과에 자동차파트를 만들어주셨습니다”


학교에 없던 파트가 생겼기에 자동차파트 졸업 학생들을 첫 배출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고, 김남호 선생님은 현장에 있다가 학교에 왔으니 정말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교육을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막상 아이들을 지도해보니 학교의 교육과정은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증 위주의 수업이라 자격증은 취득할 수 있겠지만 현장실무와는 갭이 너무 컷다. 자동차 정비 기능사 자격증 교육과정에는 현장에서 제일 많이 하는 엔진오일교환, 냉각수교환, 부동액교환 과 같은 각종 기본 소모품 교환항목이 없다.


“현장에서는 자격증 유무와 상관없이 일 잘하고 차 잘 고치고 돈 많이 벌어다주는 기사를 원하지, 자격증은 있으나 엔진오일 교환 같은 사소한 것도 할 줄 모르는 직원은 원치 않습니다. 굳이 돈을 주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학생이 직접 정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자동차를 전공한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취업도 잘 안 되고, 취업을 하더라도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월급이 턱도 없이 적은 편이다.


김남호 선생은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격증도 필요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는 자격증을 지도해야 되는 상황이었고,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방과 후의 시간이었다.


일단 방과 후에 자동차 정비 실무를 배워볼 생각이 있는 학생들을 모집해봤다. 뜻밖에도 5~6명 정도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일단 꿈이 확고한 학생들이 있으니 잘 가르쳐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기본적인 것들은 학교에 있는 기자재들을 활용해 가르쳤는데 기자재들은 너무 노령의 차량들이라(엘란트라, 쏘나타2, 초기형 아반떼 등) 길거리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차량들이고 그동안 계속 뜯고 붙이던 것들이라 현장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당장 내년이면 졸업해야 될 학생들인데, 지금 현역의 차량들을 만지다가 취업을 하면 바로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을 텐데..... 고민을 하던 중 교직원 주차장의 차량들이 김남호 선생님의 눈에 확 들어왔고 그때 딱 구상이 떠올랐다.


선생님들이 매일 학교 일과에 메여있으니 차량 정비하러 갈 시간도 주말밖에 없을 것이고 주말에는 쉬어야 하니 정비를 잘 못 할 것이라 생각했다.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차량 정비를 학생들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짜로 수리를 해주게 되면 선생님들도 부담스러워서 안 오실 것 같고, 아이들도 무엇인가를 고치고 해결했을 때 거기에 따른 보상이나 대가가 있어야 재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동기부여도 중요하니까요...”



<참여한 학생이 실습 정비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돈을 받기는 애매했다. 그러던 중 학생들 중 용호동이나 용당동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무료급식과 각종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쌀을 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차량 정비 시 표준정비공임의 70%정도의 금액을 쌀로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좀 더 구상을 하여 전체적인 세부 계획을 짠 후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에게 설명했으나 교장 교감선생님은 걱정과 우려를 많이 하셨습니다.”


정비 시 나오는 폐타이어, 폐부품, 폐오일 등을 어떻게 할 것이냐 등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김남호 선생님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활용방안을 하나하나 설명해 이해를 구했다. 폐타이어는 분해조립 실습용 기자재로 활용하고 폐부품은 신품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자재가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아이들에게 현장 실무인 실차정비를 가르쳐서 학교 경쟁력을 높이고, 폐부품은 기자재로 활용하고, 선생님들께는 명품 정비를 값싸게, 편리하게 제공하고, 벌어들인 쌀은 지역 사회에 기부하여 학생들에게 나눔의 기쁨과,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내서 이루고 있다는 마음의 교육을 시키겠다고 설득하여 허락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김남호 선생님과 학생들의 활동이 시작되었고, 수소문 끝에 지역에서 복지활동을 하고 있는 용호복지관과 사랑의 쌀 기부 협약을 체결, 1년 만에 130여대의 차량 정비와 목표했던 연간 쌀 누적 기부 1000kg이라는 성과를 내게 되었다.


“1년째 매일 운영을 하다 보니 자동차파트 실습실은 정말 현장감 있는 카센터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를 마치면 카센터 직원으로 변신하여 자동차 정비 실습실로 출근을 하고, 저는 학교가 끝나면 카센터의 사장이 되어 실습실로 향합니다. 하하~~”


이제 학생들이 오늘은 무슨 차 어떤 작업하느냐고 스케줄을 물어 보고 김 선생님은 작업지시와 지도를 한다. 학생들이 정비 1년차에 접어드니 여느 카센터 막내급들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었다고 한다.


김 선생은 학생들을 바라보면 대견하고 졸업 후 미래가 촉망되는 청소년들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한다.


“차를 수리하러 오시는 선생님들도, 정말 섬세하고 세심하게 차량을 정비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시고는 수업시간에 보지 못한 눈빛이라며, 저 학생이 수업시간에는 잠만 자는데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다며 다들 감탄하고 돌아가십니다.”


정비를 맡기는 학교 선생님들도 정비 이용료 대신 쌀로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좋은 일에 참여하는 점을 기뻐하며 일부러 차량을 정비하러 온다. 단골 선생님들도 생겨 집에 있는 차 다 가져오시는 선생님들이 있을 정도라며 웃는다.


동명공업고등학교 자동차파트 실습실에 정비를 한 번도 안받아본 선생님은 있지만 한번만 받은 선생님은 없다. 김 남호 선생님은 많은 선생님들의 응원과 도움, 학생들의 열정으로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음에 감사하다고 했다.



<김남호 선생님이 실습할 차량을 직접 옮기고 았다> 


김남호 선생님은 배우고자하는 학생과, 뜻을 함께하겠다는 선생님들만 계속 있다면 앞으로도 이 사업을 꾸준히 이어갈 생각이다. 1년 정도 학생들과 함께하면 바로 취업 현장에 나가도 결코 실력이 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따라와 줘서 고맙지요. 앞으로 이친구들이 졸업하면 1기, 2기, 3기 쭉쭉 내려가는 전통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김남호 선생님의 제자에 대한 깊은 사랑과 각박해지는 사회에 대한 애정이 남다름을 알 수 있다.


변정기 교장선생님은 “형식적인 틀의 봉사활동은 많지만 김남호 선생님과 학생들, 참여해주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모여 후원으로 이어짐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는다. 학생들이 학창시절에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기부 차 용호복지관을 찾은 학생들은 “우리들의 재능활동으로 마련한 쌀로 처음 기부를 하니 신기하고 뿌듯하다”며 기뻐했다.



데스크 bokji@ibok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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