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 행복한가요? 육아휴직 꼭 해보세요”
2018-06-11 입력 | 기사승인 :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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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들 원우(6)와 칼싸움 놀이를 하고 있는 김진성 씨

2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딸 나은이(8) ⓒ김진성>
 

직장에 다니던 시절의 김진성(43) 씨는 자신을 ‘일요일만 좋은 아빠’였다고 했다.


“일요일에는 아이들과 열심히 놀아줬으니까요. 아이들이 저를 엄청 좋아했어요. 월요일은 일요일의 효과로 조금 좋아합니다. 그런데 화요일이 되면 금방 서먹해져요. 그렇게 바쁘게 한 주를 보내다 금요일쯤 되면 아이들은 아빠를 싫어해요. 토요일이 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주면 조금씩 또 친해지고, 일요일이 되면 엄청 좋아하고. 그래서 일요일의 아빠였다고 할까요?”


바쁜 주중에는 점점 멀어져 금요일엔 싫어지는 아빠, 주말을 이용해 그간의 소홀함을 복구하고 일요일엔 좋은 아빠가 되는 일상의 반복, 김진성 씨는 아마 대한민국 대부분의 아빠가 비슷한 처지에서 같은 경험을 하고 있을 거라 말했다. 주중에 직장일로 바쁘게 일하고 주말이면 푹 쉬고 싶은 게 자연스러운 바람이다.


그러나 아빠는 또는 엄마는 그게 허락되지 않는다. 옆에서 보기엔 김진성 씨는 만점짜리 아빠였다. 직장에 충실했고, 가장으로서 성실했다. 일을 위해 가정을 포기한다든지, 가정을 위해 일에 소홀한 사람이 아니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야말로 쉴 틈 없이 말이다.


그도 처음부터 자신이 육아휴직을 하고 전업주부의 삶을 택하게 되리라곤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고액연봉에 대한 욕심, 승진에 대한 야망 등 누구보다 야심만만한 대한민국의 30, 40대 남자였다. 이 모든 뜻하지 않은 여정은 어린 아들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사실 한마디도 아니고 육아휴직 전까진 매일 아침 듣던 소리였어요. ‘으아아앙, 아빠 저리 가! 아빠 미워! 엄마아아아~’(웃음)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를 찾으면서 저를 밀어내며 우는 거예요. 엄마 씻고 있어, 엄마 곧 올 거야, 하고 어르고 달래도 엄마가 올 때까지 우는 거죠. 엄마가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난리가 나고요.”


김진성 씨는 아들이 자신을 밉다고, 싫다고 밀어낼 때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들이 아빠인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다.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아빠로 누구보다 최선을 다한다고 자부하며 살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니 김진성 씨 자신도 아들이 미워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삶에 큰 의문이 들었다. 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걸까, 나는 가정을 위해 힘들게 살아가는데, 우리 아들은 왜 자꾸 나를 미워할까, 아이들에게 쏟는 투자의 결과가 왜 아빠에 대한 서먹함일까 같은 끝없는 질문들이 내면에서 쏟아졌다.


“아빠 싫어”라는 한마디에 충격


“결혼하고 6년을 맞벌이로 살았어요. 둘 다 일과 가정, 육아를 병행하니 힘들었죠. 그래도 아이가 하나일 때는 그럭저럭 할만 했어요. 그런데 둘째가 생기고부터는 행복감은 사라졌고 그냥 버틴다고 할까요. 아침에 늦게 나가는 사람이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일찍 들어오는 사람이 어린이집이나 부모님 댁에서 데려오고. 그러면서 이거 맞나? 맞벌이 가성비가 좋은 건가? 하는 의문까지 들더군요.”


김진성 씨 아내는 첫째를 낳고 육아휴직 없이 바로 복직했다. 둘째를 낳고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같이 짧게 쓰고 복직했다. 김진성 씨는 아내가 육아휴직을 했던 당시가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했다. 아내가 집에 있으니 처음으로 내조를 받는 느낌을 받았고, 급하게 회의가 잡혀도 아이들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맞벌이하면서 두 아이 육아를 병행하다보니 아내의 육아휴직 시기의 평화가 자꾸 그리워졌다고.


“아빠가 육아휴직을 한다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죠. 육아휴직을 한 아빠인 제가 이렇게 화제가 된다는 것 자체가 그 방증 아니겠어요? 회사도 반기지만은 않죠. 퇴직이나 이직 등 다른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어 진짜 육아휴직이냐는 질문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몰라요. 진짜 육아하려고 육아휴직한다고, 이직이 아니라고 수백 번 설명한 것 같아요.”


이제 아빠의 육아 참여는 필수이고, 아빠의 육아휴직도 과거에 비해 꽤 익숙한 풍경이지만 순간순간 위축되게 만드는 시선들은 여전하다. 김진성 씨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몹시 힘든데다 청소와 요리, 빨래 등 집안 살림까지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확고한 결심이나 신념, 철학 없이는 힘들다고 조언했다.


김진성 씨도 자신만만하게 육아휴직을 시작했지만 육아와 살림, 교육까지 같이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가사도우미 사이트를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었다고.


“직장은 하루에 한 번 출근하지만, 집에서는 최소 세 번 출근이에요. 첫 번째 출근은 아침에 애들 깨워서 찡찡대는 거 아침 먹이고, 씻기고, 또 한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까지 들렀다가 어린이집 데려다주는 거고요. 두 번째 출근은 그렇게 아이들 보내고 집에 와서 집 정리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늦은 점심 대충 먹고 그러다 보면 애들 올 시간이에요. 세 번째 출근이 시작되죠. 애들 어린이집서 데려와 놀이터에서 두 시간 정도 놀아줘야 하고, 집에 와서 씻기고 저녁 먹이고 한글도 조금 가르치고 저녁 설거지하고, 애들 책 읽어주고 재우죠. 정말 입에서 단내가 나더라고요.”


전업주부, 예고에 없던 삶이 시작돼


초보 전업주부였던 김진성 씨는 세 번째 출근 즈음에선 정말 그야말로 지쳐 쓰러질 것 같다고 했다. 육아휴직 기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엄마는 위대하다는 생각을 가장 크게 들었다고.


“제가 언젠가 가정주부 급여를 계산해본 적이 있거든요? 이게 연봉 4800만 원을 훌쩍 넘기더라고요. 일단 애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기본 200만 원 정도가 소요되잖아요. 거기에 살림 비용에 다른 사람에게 안 맡기고 내가 직접 키운다는 불안해소 비용까지 한정해보세요.”


육아휴직자였던 김진성 씨는 현재 전업주부다. 육아휴직을 끝낸 후 복직과 퇴사, 이직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아내가 아닌 남편 김진성 씨가 전업을 선택한 건 단순했다. 연봉은 김진성 씨가 더 높을지라도 아내가 직장생활을 더 오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복직에 좋은 기회가 생기기도 했고, 변수가 있기도 했고요. 이직까지 했었죠. 그런데 최종적으로 이직한 직장이 조건은 좋았지만 출퇴근 시간이 세 시간이나 걸렸어요. 새벽 여섯 시에 나가서 밤 아홉 시에 돌아왔죠. 야근이나 회식을 안 해도요. 육아휴직해서 아이들 잘 키워놨는데, 뭔가 말짱 도루묵이 되는 기분이었어요. 아내도 이건 뭔가 아닌 것 같다더라고요. 둘이 같은 걸 느낀 거죠. 그 후에 제가 전업을 하면서 몇 년 준비해 다시 일을 하고, 그때는 아내가 쉬는 걸로 결정했죠.”


 전업주부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삶이 전개됐다. 육아휴직을 할 당시만 해도 육아휴직조차 그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자 결심이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대단했다. 하루 세 번 출근한다는 고되고 고된 가정이라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간의 경험을 글로 써 책<아빠, 잘 좀 키워줘 봐!>을 냈다.


결혼상담교육사 자격증을 땄고, 신문과 인터넷 매체에 정규 칼럼도 쓰고 있다. ‘생각실천연구소’를 세우고 일과 가정, 연애와 결혼, 육아와 교육에 길잡이를 해주고 있다. 전업주부이자 작가, 강사, 칼럼니스트로 이제는 하루 몇 번의 출근을 하는지 셀 수 없을 정도다.


김진성 씨는 스스로를 ‘창직(創職)’자라고 했다.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간다는 뜻에서 말이다. 그는 그렇게라도 전업자가 돼 자꾸만 엷어져가는 자존감을 지켜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육아휴직자와 전업주부는 완전히 달랐다고 했다. 각오는 했지만 신분이 바뀌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육아휴직과 전업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도 둘도 아이들 때문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가 꿈꾸는 삶은 아이들과 더불어 행복한 가정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김진성 씨 자신과 그의 아내도 함께 행복한 삶 말이다.


 “얼마 전에 아내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큰아이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아껴두었던 육아휴직을 아내도 했거든요. 지금은 둘 다 일을 안 하고 있어요. 평소엔 절약하면서 살다가 요즘 여행도 가고 그래요. 쫓기는 일 없고 여유 있게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일상… 아내 말처럼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에요.”


“진짜 가족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이면 언제나 아빠 김진성 씨를 찾는다. 아빠가 만든 ‘오토와 벨라’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며칠 전에 창고로 쓰던 방을 싹 치우고 직접 도배까지 해서 아이들 침대 방으로 꾸며줬어요. 이층 침대도 새로 사고요. 그러면서 아내하고 소소하게 다퉜어요. 그 모습을 보던 아들 녀석이 저한테 와서 ‘아빠, 가족끼리 왜 싸워?’라는 거예요. 아! 가족, 하고 뭔가 묵직한 게 저한테 느껴지더라고요.”


김진성 씨는 처음으로 진짜 가족의 끈끈하고 뜨끈한 무엇을 느꼈다고 했다. 바쁜 맞벌이 시절의 가족은 그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휴직을 하고 육아에 참여하고 전업에 도전하면서 가족은 시간을 투자해 노력하고 가꿔야만 어렵게 얻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휴직과 전업을 통해 김진성 씨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고 답한다.
 

“육아휴직 초반엔 무조건 추천했어요. 너무 좋다고요. 중반부터는 복직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면서 추천을 안 했어요. 저는 육아휴직도 전업도 우여곡절이야 있었지만 행복했어요. 하지만 누구나 행복한 경험이 될 거라는 장담은 못해요. 그래서 요즘은 짧게는 한 달이나 길게는 석 달 정도 경험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결정해도 충분하니까요. 하지만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분명 의미가 있는 시간이니까요.”


휴직 기간은 적어도 아이 나이 만 2세 이후가 좋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너무 어린 시기에 휴직하면 육아보단 단순 보육이 돼 아빠 육아의 장점을 최대한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마지막까지 실질적인 정보를 전해주던 김진성 씨가 아이들 인라인 수업 끝날 시간이 다 되어간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네 엄마들 덕분에 좋은 무료 강습 정보를 얻었다면서 말이다. 진짜 ‘전업아빠’의 향기가 물씬 난다.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여긴다는 그와 그의 가족 이야기, 여운이 길다.


경험 전엔 절대 모르는, 리얼 아빠육아 노하우


만 2세 이후, 보육이 아닌 육아를 하자

육아 참여 시기를 고민 중이라면 만 2세 이후를 추천한다. 만 2세 이전의 아기를 돌보기엔 아무래도 엄마의 섬세함을 따라갈 수 없고, 아빠육아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도 어렵다.


지역 맘 카페 가입은 필수다

알짜 정보가 다 모인다는 엄마 모임에 아빠가 멤버가 되긴 어려운 게 현실. 그렇다면 지역 맘 카페 가입은 필수다. 평 좋은 소아과부터 무료 구청 수업까지 엄마모임 표 정보의 80%는 클릭 품으로 얻을 수 있다.


YES/NO보단 WHY/HOW로 아이와 늘 협상하자

전업아빠에게 집은 직장, 아이는 내 동료다. 동네 산책 후 예정에 없던 편의점을 가게 되더라도 오늘은 안 돼, 돼! 하기보단 이번에 간다면 내일은 어떻게 할 건지, 얼마를 쓸 건지, 부족한 돈은 어떻게 할 건지 직장 동료와 상의하는 것처럼 대화하자. 웬만한 책보다 교육적 효과는 더 높다.


아이를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전업으로 주 양육자가 되면 감정정리가 의외로 힘들다. 끝없이 반복되는 살림과 육아 속에서 아이들에게 짜증이 나고 화를 내기 십상. 내 아이를 내가 키운다는 중심을 잃으면 안 된다.


놀이터에 갈 때는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가자

엄마의 육아에 비해 디테일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아빠육아. 전업이라도 양보다 질로 승부해야 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아무리 전업아빠라도 365일, 24시간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이줄 순 없지만 한 시간을 놀더라도 스마트폰은 끄고 집중해서 놀아줘야 하는 것은 여전한 진리다.


전업이라도 8:2 비율로 아내와 가사를 분담하라

맞벌이든 외벌이든 가사 분담은 필수! 전업 남편이 청소와 빨래, 설거지 등 80%를 전담한다면 주말 등을 이용해 장보기와 밑반찬 요리 등은 아내가 하는 게 경제적이다. 전업 중 가장 더디게 느는 게 요리다.


사회와 단절됐다는 우울함을 각오하고, 가끔 차려 입고 놀러 가자

주부 우울증이 별것이 아니다. 사회생활이 단절되고 집에 있으면 남편이든 아내든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전업이라고 집에만 있지 말고, 친구도 만나고 모임도 가지며 기분전환을 꼭 해야 한다.


휴직이 정답은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기간을 선택하자

아빠의 휴직이 모든 가정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 저마다의 성향과 직장 사정에 맞추자. 다만 가능하다면 짧게라도 육아에 참여하자. 내 아이를 직접 키우는 일은 아빠도 꼭 가져야 할 경이로운 축복이다.


강은진│위클리 공감 기자


 <이 글은 ‘위클리 공감’에 게재된 내용으로 공공누리에 의거 공유함>



데스크 bokji@ibok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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