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 컬럼] 뼈 빠지게 일하는 종사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2020-01-30 입력 | 기사승인 : 2020-01-30
데스크 bokji@ibokji.com


<최주환 대전시사회복지협의회장> 


전국단위의 사회복지직능단체 대표 일을 수행하면서 관계당국과 정책대화를 할 기회가 많았는데, 가장 많이 들었던 답변이 “검토해 보겠다.”는 이야기였다.


정부가 제시한 최소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인력이나 운영재정의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전국의 지방정부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최종적으로 내미는 대안이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이다.


이 지긋지긋한 ‘검토’를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는 하나님만이 아는 일이라 뭐라고 평하기조차 어렵다. 그나마 단호하게 안 된다고 잘라 말하지 않은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형편이니 말이다.


‘검토’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실이나 내용을 분석하거나 따진다는 것이다. 인력을 충원해 달라는 건의는 법률이나 지침에 정한 사실을 이행해 달라는 것이어서 그 내용을 분석하거나 따질 일이 아니다.


이미 정부가 지키라고 방침을 정한 일이거나 노동 관련법 등에 위법한 일로 명시된 것이어서 검토할 일이 아니고 실행하면 될 일이다. 노동관계법을 준수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정부가 다른 쪽에서는 그것을 이유로 처벌하고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 놀랍고도 해괴한 현상의 개선을 줄기차게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해방이후 지금까지 끈기 있게 ‘검토’를 이어오고 있다. 검토의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재정의 부족이다.


재정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예산편성의 원칙이나 세목 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그렇더라도 대폭적으로 늘어났다는 사회복지예산의 대부분이 경직성 경비라는 정도는 알고 있다.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일반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할 예산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는 말이다. 또 그들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사회서비스현장과 종사자들에 대해서는 립서비스만 풍성하지 제대로 된 종합대책 한 번 마련해 본 적이 없다.


민간복지시설의 힘을 빼내기 위해서 골몰한다는 인상만 여러 곳에서 진하게 풍기고 있다. 그러고도 입만 열면 돈 타령이다.


돈이 없다는 소리는 이제 그만하자.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도 이쯤에서 접자. 돈은 우선순위와 의지의 문제이고, 검토는 책임회피의 다른 이름 아닌가. 정부가 할 일은 안 하고, 사회복지현장에 대해서는 책임과 처벌을 운운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에서 할 일이 아니다.


적어도 인력의 충원과 재정의 정상화만이라도 실행시점이 특정된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사회복지현장과 그 곳에서 뼈 빠지게 일하는 종사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데스크 bokji@ibok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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