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클로버 재단 한용외 이사장....다문화가정 사진 4000번 모두가 ‘인생샷’
2018-03-05 입력 | 기사승인 : 2018-03-05
데스크 bokji@ibokji.com


<인클로버 재단 한용외 이사장> 


“지난달 4000번째 가족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8년 동안 해온 프로젝트인데, 앞으로도 꾸준하게 해야죠. 우리나라 다문화가족 수가 20만이니, 제가 죽을 때까지 해도 다 못할 양이에요.”


한 달에 두 번, 전국의 다문화가족을 직접 만나 무료로 사진촬영 봉사를 하는 인물이 있다. 인클로버 재단의 한용외 이사장이다. 취미로 배운 사진을 활용해서 시작한 일이 다문화가족을 기쁘게 해주기 위한 촬영 프로젝트로 확장됐다.


사진촬영 프로세스는 대략 이러하다. 매년 10월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전국에 있는 다문화지원센터에서 사진 찍는 날을 지정한다. 선정된 가족은 약속된 장소로 나와 헤어와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는다. 현장에서 바로 액자까지 만들어주는 원스톱 서비스라 준비물이 많다. 카메라와 조명기구, 인화 프린터, 액자 등 각종 소품은 한 이사장과 자원봉사자들이 챙겨간다.



<한용외 이사장이 3000번째 가족을 촬영해주고 있다. ⓒ인클로버 재단> 


무료사진촬영은 매년 10월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선정 후, 전국에 있는 다문화지원센터에서 사진 찍는 날을 지정해서 진행된다.



<▶ 2-6 무료사진촬영은 매년 10월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선정 후, 전국에 있는 다문화지원센터에서 사진 찍는 날을 지정해서 진행된다. ⓒ인클로버 재단> 


“가족사진 촬영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다들 처음 해보는 경험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결과물들을 모아 전시를 한 적도 있어요. 정기적으로 하는 건 아닌데, 내년에는 10주년 기념전을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퇴직하기 전 취미삼아 배운 사진이 제 2의 인생을 끌고 있어서 뿌듯합니다.”


취미에서 시작한 무료 사진촬영 봉사


한 이사장은 2009년 삼성그룹 임원으로 정년퇴직한 뒤 사재 10억 원을 들여 인클로버 재단을 만들었다. 인클로버 재단은 점점 늘어나는 다문화가족이 한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삼성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삼성전자 사장, 삼성문화재단 총괄사장을 지내며 ‘샐러리맨의 신화’로도 불렸던 그는 퇴직 후 환갑의 나이에 사회복지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 등 굵직한 이력을 가진 그는 삼성복지재단을 총괄하던 시절 사회복지 전문가들과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재단을 처음 시작할 때는 국내 다문화 관련 기관이 100개 정도 있었는데, 9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230개가 넘습니다. 관련 정책 예산도 많이 늘어났고요. 더 많은 사회단체들이 생겨나면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이사장이 인클로버 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의 시작에는 ‘성공’이라는 단어에 대한 남다른 해석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사회에 이바지하는, 남을 위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게 ‘나중에 뭐 할래?’라고 물으면 대부분 ‘성공해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말을 합니다. 저도 크게 다르진 않았죠. 저는 내가 아닌 남을 위한, 사회를 위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우연히 한 강의를 들었는데, 우리의 존재는 남을 위한 것이라는 내용을 접했어요. 그 내용에 깊게 공감했고, 은퇴 후 봉사하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한 이사장은 다문화와 관련된 이슈는 한국 사회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고 본다. 그중에서도 자녀 문제를 눈여겨보고 있다. 실제 다문화 청소년 가운데 절반 정도는 정규 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인클로버 재단의 프로젝트 중 가족사진 촬영 이외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많은 것도 이런 그의 소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젝트


“재단 사업 중에 재능교육 프로젝트가 있어요. 특기를 가르쳐주자는 취지에서 사진과 목공을 가르칩니다. 사진은 제가 취미로 삼고 있는 활동이라 직접 가르칩니다.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줘요. 카메라를 직접 손에 쥐고 구도에 맞춰 아름다운 것을 촬영하는 행위는 사회를 보는 눈도 좋게 길러줍니다. 뷰 파인더로 보는 세상은 아름답잖아요. 학생들이 촬영한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열기도 합니다.”


한 이사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하는 과정 자체가 건강한 교육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기나 적성을 살린 활동은 청소년들의 호응이 높아서 앞으로는 스포츠나 요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재능교육 및 장학금 지원 사업은 한 이사장이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분야다.


한국 문화와 역사에 관련된 퀴즈를 푸는 ‘황금벨’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에게 한국 문화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도전 골든벨’을 벤치마킹한 형식이되, 문제는 한국 문화와 역사에 국한된다.


“다문화 청소년들 중에 한국에 대한 공부가 제대로 안 된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기획했는데, 학습 효과가 좋습니다. 10등까지 선정된 학생들에게 경주로 2박 3일 역사문화기행을 보내줬어요. 청소년들이 자라서 세대교체가 될 거잖아요. 이 청소년들이 한국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인클로버 재단이 생각하는 중요한 임무기도 합니다.”


엄마들의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마련된 ‘마마드림’ 프로젝트도 인클로버 재단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자녀와 엄마가 함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미션을 수행하는 것인데, 특히 엄마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가령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를 둔 엄마의 꿈이 ‘내 아이가 학교에 잘 갔으면 좋겠다’라면 그 미션을 아이와 함께 한 달 동안 수행하는 거예요. 목표 달성을 한 엄마에게 100만 원어치의 상품을 줍니다. 그 상금으로 엄마의 소원을 이루는 겁니다. 무엇이든지요.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분도 있었고, 평소 사고 싶었던 주방도구를 산 분도 있었어요.”


사회봉사 실천하는 삶 


1947년생인 한 이사장은 올해 일흔둘이 됐다.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그 누구보다 치열한 젊은 시절을 보낸 그이지만, 은퇴 후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제2의 삶을 펼치고 있다. 그런 지금의 삶이 그 어느 때보다 좋단다.


“제가 지금 경기 가평군 대성리에 삽니다. 농지취득증명서를 가진 농부이기도 해요. 3년째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는데, 내일 씨를 심는 날이에요. 나이에 구애받지 말고, 남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이 행복합니다.”
 

한 이사장은 은퇴 후 설립한 재단이 복지단체의 장이 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아니듯, 운영 역시 남을 위해 직접 실천하는 삶으로 꾸려지기 위해 애쓴다. 이사장으로서의 임무, 사진 재능 기부뿐 아니라 각종 실무도 그가 직접 관여한다.


“재단의 결산 보고서는 제가 직접 만듭니다. 사진 촬영도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가 찍습니다. 저는 직접 체험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재단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남을 위한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는데, 다시 무언가의 장 역할에 충실하면 예전과 다르지 않은 삶이잖아요.”


이렇게 운영해온 인클로버 재단은 내년에 10주년을 맞는다. 한 이사장은 10주년을 기점으로 자선 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자축의 의미도 있고, 자금 운용에 도움을 주자는 심산도 있다.


“사재를 털어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운영이 쉽지는 않아요. 기부에 기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요. 내년에 자선 사진전을 한번 해볼까 합니다. 몸집이 작은 재단이지만, 이런 노력들이 다문화가족이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녹아들어 건강한 사회가 되는 데 일조할 수 있길 바랍니다.”


임언영│위클리 공감 기자
 

<이 글은 ‘위클리 공감’에 게재된 내용으로 공공누리에 의거 공유함>



데스크 bokji@ibok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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