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피해자 중 생존자 2,283명(2018.8월 기준), 피해자 1, 2세대 건강 및 경제상황 불안
2019-04-29 입력 | 기사승인 : 2019-04-29
데스크 bokji@ibokji.com


<2016년 8월 25일, 일본 핵병기금지평화건설국민회의 방문단(단장 와다 슈이치)이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방문, 원폭 피해 원혼들을 위로하고 후원금 80만엔을 전달했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4월 25일 ‘한국인원자폭탄피해자지원위원회’를 개최하고,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2017년 7월 시행, 이하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에 의한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실태조사는  2017년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실시한 것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조흥식)을 통해 피해자 현황, 피해자의 건강상태 및 의료이용 현황, 생활실태 등을 2018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조사하였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 원폭 피해자와 자녀들은 전반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불건강,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차별 등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특히 피해자 자녀(2세)들은 원폭 노출의 유전성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폭 투하일인 8월 6일, 매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에서 합동위령제를 봉행하고 있다> 


[원폭피해자 현황]


한국인 피해자 규모는 1945년 당시 약 7만 명이며, 이 중 4만 명이 당시 피폭으로 사망하고, 생존자 중 2만 3000명이 귀국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원폭피해자원호협회 추정치, 1972).


2018년 8월 기준 피해자로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되어 있는 생존자는 2,283명이며, 경남 725명(31.8%), 부산 504명(22.1%), 대구 326명(14.3%) 등 연령별로는 70대가 63%, 80대가 33%이고, 약 70%가 경상도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상태 및 의료이용]


건강보험진료비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인구집단과 비교할 때 피해자(사망자 포함 등록 피해자 3,832명)의 암, 희귀난치성질환 등의 유병률이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피폭의 영향 분석이 아닌 피해자들의 전반적 건강실태 파악 차원에서 실시한 것으로, 질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인구사회학적 요소들이 보정되지 않은 결과이므로 질병 발생이 피폭의 영향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원폭피해자들의 의료 이용(외래, 입원)이나 의료비 본인부담 수준도 일반인 대비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 원폭피해자의 경우 입원 이용률 34.8%로 우리나라 70세 이상 평균 입원 이용률 31% 보다 높게 나타났다.


의료비 본인부담액(급여부문) 역시 2017년 기준 원폭피해자 1인당 평균 124만 원으로 우리나라 70세 이상 평균 110만 원보다 높다.


[원폭피해자 1, 2세도 여러분야에서 어려움 겪어]


원폭피해자 1, 2세를 대상으로 심층인터뷰와 면접조사결과  신체적, 정신적 취약함과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차별 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천평화의집(원폭피해자 쉼터) 개소 장면> 


심층인터뷰는 원폭피해자 총 21명(피해자 1세 12명, 2세 9명)을 대상으로 생애사, 피해 인식, 건강, 의료이용, 생활실태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심층 면접 실시했으며, 면접조사는 1세 100명, 2세 105명을 대상으로 건강, 생활실태, 욕구 등에 대해 방문 면접을 실시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주관적 신체건강 상태는 5점 척도 기준 1세대는 2.1점, 2세대는 1.7점이며, 주관적 정신건강 상태는 1세대는 2.2점, 2세대는 1.9점으로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 역시 1세대는 1.8점, 2세대는 1.9점으로 대부분 상당히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폭피해자 1세대는 약 23%가 장애를 가지고 있었으며, 자가 평가 건강수준에서 51%가 나쁘다고 응답했다. 36%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조사 대상 1세대의 월평균 가구 수입은 138만9000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70세 이상 일반인 장애 비율은17.5%, 65세 이상 인구 중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5.7%로 원폭피해자들의 장애와 생활수준 역시 매우 열악함을 알 수 있다.
 

2세대는 8.6%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자가 평가 건강수준에서 25.7%가 나쁘다고 답변했으며, 9.5%가 기초생활수급자, 조사대상 2세대의 월평균 가구수입은 291만원 수준으로 우리나라 35-74세 일반인의 장애인구 비율 5.9%, 전체 인구 대비 기초생활수급자 비율 3.5%로 2017년 우리나라 가구 월평균 소득 462만원인 점을 볼 때 1세대와 마찬가지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원폭피해자 1세대 11%, 2세대 9.5%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피폭과 관련한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높았으며, 이로 인해 피해사실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폭의 영향이 유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이에 따라 피해자와 자녀들은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피해자 자녀 등의 피폭 영향에 대해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답변하였다.


원폭피해자 1세의 서비스 요구도는 의료비용 지원이 85%, 병원 및 각종 복지시설 이용이 58%, 질병에 대한 정보제공 및 건강상담이 33% 등으로 나타났다.


원폭피해자 2세의 서비스 요구도는 의료비용 지원 86.5%, 건강검진서비스 37.5%, 원폭피해에 대한 정보제공 및 건강상담 33.7%, 암검진 서비스 32.7% 등으로 나타나 1세와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원폭피해 1세 넘어 2세 등에 대한 대책 서둘러야]


보건복지부 김기남 질병정책과장은 “이번 조사는 제한적이지만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 제정(2016년 5월, 시행 2017년 7월) 이후 정부차원에서 실시한 최초의 실태조사라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정책이 원폭피해자 1세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제는 피해자 2세 등에 대해서도 국가가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올해 중 원폭피해자 2세의 건강상태 및 의료 이용 실태 등에 대해 후속 조사를 실시하고, 앞으로 보다 정교한 건강 실태조사의 정기적 실시, 피폭의 건강 영향 등에 관한 시계열 분석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 자녀 등에 대한 건강 역학조사 등의 근거를 마련하고 피해자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법률의 개정과 예산확보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합천평화의 집 이남재 원장(원폭피해자지원위원회 위원)은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는 전체 피폭 생존자 중 1세 5%, 생존 피폭자 자녀의 1~2%에 해당하는 수치로 전수 조사가 아니다"며 강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남재 원장은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되어 있는 원폭피해자 1세와 그 자녀, 손자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해야 하며, 미등록된 원폭피해자들을 발굴하여 조상대상에 포함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조사방법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단순한 설문조사로 피폭영향을 조사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유전체 변형을 의학적으로 규명하는 역학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했다.


피폭후유증이 후대에 미치는 영향을 코흐트조사하여 국가가 DB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번 피폭을 당하면 그 후유증이 당대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를 이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코흐트조사 : 처음 조건이 주어진 집단(코호트)에 대하여 이후의 경과와 결과를 알기 위해 미래에 대해서 조사하는 방법. 전향적인 조사(prospective study)의 일종이다.>


이남재 원장은 "이제라도 정부가 핵피해 후유증과 각종 질환의 연관성을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하여 병명을 알 수 없는 각종 질환으로 평생을 병마와 싸우는 자녀와 후손들에게도 건강검진 등 의료와 복지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스크 bokji@ibok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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